기술자의 기록, 성장을 남기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작업 일지를 쓰는 기술자.

그 기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닌, 삶의 축이었다.

변화는 아주 사소한 루틴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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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를 기록하면서 사는 기술자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난다.

고요한 새벽, 잠든 도시를 지나 부엌으로 향한다.

주전자에 물을 붓고, 스위치를 누른다. 물이 데워지는 동안 책상 앞에 앉는다.

작업 다이어리를 펼친다. 어제 쓴 내용을 짧게 읽는다.

어제 한 작업, 실수, 새롭게 배운 것, 아쉬웠던 점.

그 아래 오늘의 일정, 예상되는 변수, 준비물, 예상 시간.

그걸 다 쓰고 나면 어느새 물이 끓는다.

커피를 내리며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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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기술만을 위한 게 아니었다

처음엔 단순한 체크리스트였다.

어떤 작업이 있고, 몇 시에 끝나야 하는지. 시간 안에 마치기 위한 메모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메모가 점점 늘어났다.

단순한 공정 외에도 감정, 느낌, 사람 관계까지 적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읽다 보면 그 기록들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였다.

기록은 내가 나를 보는 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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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내가 나를 만나는 시간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계획보다 갑자기 생긴 일들이 많다.

작업 중간중간 누군가에게 불려가거나, 급히 처리할 일이 생긴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누군가의 요청에만 반응하고 끝나버린다.

그래서 나는 하루의 ‘내 시간’을 아침에 확보하기로 했다.

그 시간에는 누구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

핸드폰도, 알람도, SNS도 멀리한 채 오직 종이와 펜으로 나를 정리한다.

사용 중인 다이어리는 1페이지 일일 기록용인데, 반년 넘게 쓰다 보니 제법 두툼하다.

나는 이 다이어리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깔끔한 구성이 마음에 들고, 휴대도 간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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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생각이 명확해진다

작업 중 실수한 날에는 그 원인을 분석해서 적는다.

몸이 피곤했는지, 준비물이 부족했는지, 또는 집중력이 흐트러졌는지.

그냥 마음속으로 반성만 하면 다음 날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하지만 글로 정리하면 이상하게 다음 날 손이 멈춘다.

‘이거 어제 그랬었지’ 하고, 멈춰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이걸 ‘글이 주는 리마인더 기능’이라고 부른다.

기록은 잊지 않게 해주고, 다음 행동을 달라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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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는 손으로 일하고, 기록으로 진화한다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다.
결선 하나를 잘못하면 전등이 안 켜지고,
작업 하나가 미세하게 틀어지면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왜 이런 구조가 필요한가’를 자주 생각한다.
그 생각을 글로 남긴다.

기록은 반복되는 실수를 줄이고,
같은 상황에서 더 빠르게 대처하게 만든다.

기술이 늘기 위해선 손보다 기록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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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도, 도구도 모두 기록에서부터 바뀌었다

작업 일지를 쓰다 보니, 자주 고장 나는 도구나
불편했던 장비 목록이 쌓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걸 정리해서 바꿔보기로 했다.

전동 드라이버, 케이블 커터, 줄자 하나까지 다시 고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바꾼 건 이 줄자다.
기존엔 자주 휘고, 수평이 맞지 않아 자꾸 짜증 났다.
지금 쓰는 줄자는 견고하고 버튼이 정확하다.
한 번 쓰고 나선 동료들에게도 추천하게 됐다.

도구를 바꾸니 일의 효율이 달라졌다.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정확도도 높아졌다.

이 모든 변화가 기록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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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만든 건 매일 15분의 일기였다

하루에 15분. 그건 점심시간 스마트폰을 잠깐 내려놓는 시간만큼도 짧다.

하지만 그 15분이 쌓이면 어느 순간 내 삶의 방향이 선명해진다.

이 블로그에 쓰는 글도, 내 하루를 다시 설계하는 방식도, 모두 새벽 4시에 시작된 작은 기록에서 나왔다.

기술자로 살면서 나는 배웠다.

손에 쥔 공구보다, 손끝의 펜이 나를 더 크게 만든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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