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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작가놀이

단편소설 - 거리감

by 새벽 4시에 흐르는 전기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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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거리감

지민은 카페에 앉아 두 손으로 따뜻한 머그컵을 감쌌다.
마주 앉은 수진은 몇 번이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잘 지냈어?"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는?"

"그럭저럭... 뭐, 다 그렇지."

둘 사이는 예전처럼 편하지 않았다.
한때는 하루에 몇 번씩 연락하고, 사소한 일도 서로 공유하던 사이였지만,
어느 날부턴가 메시지는 줄어들고, 대화는 피상적이 되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이유를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
서운했던 일도 있었고, 그걸 말하지 못한 날도 있었고,
말을 삼킨 쪽도, 모른 척한 쪽도 서로였으니까.

"너, 그때 서운했지?"

"아니, 그냥... 나도 바빴고, 너도 그랬잖아."

서로를 탓하지 않는 말투.
서운함과 변명을 동시에 감춘 문장.
그게 지금 이 둘의 거리였다.

창밖에선 바람에 간판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수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지민도 따라 했다.

예전 같으면 웃고 떠들었을 대화 자리에
서먹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 침묵조차 이제는 괜찮았다.

완전히 멀어지지 않기 위해
그들은 이렇게라도 마주 앉아 있었다.

말을 아껴야만 유지되는 인연.
그래도, 그건 그들 나름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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