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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면접 37번째
오전 9시 15분.
버스에서 내려 편의점 유리에 비친 머리카락을 다시 정리했다.
구두는 어제 닦아뒀지만, 발끝은 여전히 낯설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처럼 정장 입은 사람들이 3명 더 있었다.
다들 말이 없었다.
전날 밤에도 '면접 예상 질문 20선'을 외우다가 잤다.
사실상 외운 건 없었다.
면접실 앞, 번호표 14번.
앞사람은 한껏 목소리를 높여 말했고,
그다음 사람은 너무 조용해서 묻는 말도 잘 안 들렸다.
내 차례가 왔다.
면접관 셋,
하나는 고개를 숙이고 메모만 했고,
다른 하나는 딴청을 피웠다.
중앙에 앉은 과장이 질문을 던졌다.
"경력 공백이 7개월인데, 그동안 뭘 하셨죠?"
"부업을 했습니다. 배달이랑… 자격증 준비를 병행했습니다."
"그게 이 업무와 무슨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직접적 관련은 없습니다.
다만 체력과 끈기는 꽤 단련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이 끝나고 3초 정적.
감점일지, 인상 깊은 답일지, 나로선 알 수 없었다.
면접은 4분도 안 돼 끝났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다시 햇빛이 강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물을 마셨다.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날도, 그다음 날도.
이력서를 다시 쓴다.
38번째를 위한 거다.
버틸 수밖에 없었다. 선택지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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