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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고기반찬
“오늘은 삼겹살이야.”
엄마가 말하자 동생은 환호했고,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컵을 식탁에 놓았다.
오랜만의 고기반찬.
평소 같으면 반가웠을 텐데, 오늘따라 식욕이 없었다.
“너 왜 그래? 아프니?”
엄마가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아침에 회사에서 잘렸고, 점심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로 때웠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보니, 별일 없는 듯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집안 가득했다.
“일 그만두게 됐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엄마는 젓가락을 잠시 멈췄고, 동생은 먹던 고기를 꾸역꾸역 삼켰다.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적막이 더 아팠다.
그러다 엄마가 다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괜찮아. 내일도 밥은 먹어야 하잖아.”
별일 아니란 듯.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아 물을 마시는 척했다.
엄마는 구운 고기를 내 접시에 올려줬다.
익숙하고 따뜻한 고기 냄새에, 겨우 숨이 조금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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